과거 전시







기억을 담으며
박정선. 윤병운. 이성미
2020년 12월 11일(금) – 2021년 01월 17일(일)
월요일 휴관. 오전 11시- 오후 6시
별도의 오프닝은 없습니다.
전시서문
우리는 기억과 더불어 살아간다. 때로는 좋은 기억으로 얼굴에 미소가 지어지고, 때로는 안 좋은 기억으로 마음이 어두워지지만 그렇게 우리는 기억과 더불어 살아간다. 기억이란 각 사람이 자신이 겪은 인상이나 장면을 간직하고 다시 생각해내는 것을 의미한다. 담고 간직하는 과정 중에 우리는 각자의 성향, 경험, 지식 등 매우 다양하고 복잡한 잣대를 가지고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기억을 편집한다. 아름답게 포장하기도 하고 왜곡시키기도 하고 잘라버리기도 하며 각자의 마음에 주관적인 형태로 담아 놓는다. 기억이 얼마나 주관적인지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동일한 경험을 한 사람들도 각자가 다른 기억을 가지게 되기도 한다. 그만큼 기억은 불완전하고 다양한 형태로 우리네 마음속을 이리저리 돌아다닌다. 심리학자 엘리자베스 로프터스의 말처럼 기억이란 붙잡을 수 있는 무엇이라기보다는 구름과 수증기에 더 가깝다.
이번 전시에서 만나는 세 작가는 기억을 편집하고 담아내는 다양한 과정을 은유적으로 나타낸다. 의도적으로 기억과 감정을 담아 묶어두기도 하고, 동화처럼 아름답게 그리기도 하고, 부서진 작은 조각들을 모아 새로운 형태로 만들기도 하고, 일그러진 채 그대로 간직하기도 하면서. 다양한 기억 담기의 작품들을 통해 관람객들도 각자 기억을 담는 방식에 대해 사유의 시간이 되길 바란다.
2020년 우리는 상상할 수 없었던 비현실적인 삶을 매우 당황스럽게 현실로 마주하고 있다. 많은 변화 속에 불안을 느끼기도 한다. 이런 우리의 현재는 나중에 어떤 기억으로 담길지 궁금해진다.
박정선은 주로 환경에 반응하여 새로운 형태로 변형되거나 누군가의 흔적에 따라 유동적으로 변화하는 상황들을 하나의 실험처럼 선보인다. ‘반응 없이’에서 끊임없이 변화하는 거울은 진실, 사실 그대로의 기억을 보지 못하게 하며 ‘한 다리로 서기’에서 숨을 불어넣어 만들어진 일그러진 텅 빈 유리는 변화하는 거울처럼 사람의 얼굴 혹은 새의 형상같이 모호하고 추상적 형태로 보인다. 단단하면서도 연약한 유리는 마치 우리가 사실이라 믿고 있는 기억과도 같이 불완전하다. 이는 작가를 비롯한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이 주위 환경에 따라 또한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영향을 받는 모습을 보여주며 불확실함 속에 만들어지는 기억을 표현한 것이다.
윤병운의 작품은 마치 꿈속과 같다. 눈이 흩날리는 풍경은 먹먹함과 막연함을 자아내기도 한다. 이 익숙한 환영 속 가상적인 공간은 모호한 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그리고 고요한 적막 속 화면을 채운 건 ‘기억의 흔적’이다. 기억의 흔적은 실제보다 과장되고 비현실적이다. 유한한 기억의 착시가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굴절이며 상상이다. 사실인 것 같지만 사실이 아니고 허구인 것 같지만 허구가 아닐 수도 있는 기억의 세계와 닮아 있다. 우리가 겪은 그 일련의 모습들은 결국 기억 속에서 비현실적으로 과장되게 남는다.
이성미는 주로 교통사고 현장에서 주워온 깨진 자동차 유리의 파편으로 작업을 한다. 상처와 불행의 흔적을 지닌 유리 조각들은 작가의 의도적인 수행에 가까운 행위로 인해 투명하고 아름다운 오브제로 재탄생한다. 하지만 단단한 촉감과 달리 작은 충격에도 균열이 생기고 때로는 산산조각이 난다. 기억의 단면들은 유리 파편처럼 더해지고 쪼개지고 다시 결합하면서 새로운 과거를 만들어낸다. 기억은 치유를 통해 상처가 아문 흔적으로 영롱한 무늬를 그리게 된다. 이번 전시의 신작 ‘A bag of memory’는 작가가 비닐봉지에 재활용품을 분리하듯, 기억의 종류를 분리하고, 그 기억에 대한 감정도 분리하여 담아냈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그 담긴 그 기억에 이입된 감정은 변하고 또한 그 기억의 무게와 밀도도 변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