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전시
<먼 곳 에 서 부 터>
김지원, 노충현, 양기찬, 이우성, 최명헌, 함성주
2023년 10월 13일(금) – 2023년 11월 15일(수)
오전 11시- 오후 6시 (월요일 휴관)
-전시서문-
<먼 곳에서부터>展은 작가들과 교류해오던 중에 물이 공통으로 등장하는 작품들을 발견하고, 이들의 창작 유래를 조사하는 과정으로부터 비롯된 전시다. 해당 작품들은 물 자체의 재현보다는 실존성과 사회성을 내포한 메타포(metaphor), 혹은 현상학적으로 해석되고 해체된 상태로 표현되고 있는데, 이와 같이 물이 어떤 매개물이자 현상으로 다루어질 수밖에 없었던 것은
작가들이 해당 소재를 작업의 중심으로 삼아 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매체의 본질적인 성질, 예술과 주체/사회의 상관성에 대한 연구를 몰두하고 있던 이들에게 있어서 물은 이를 가시화하는 여러 장치들 중의 하나였다. 따라서 이 곳의 물은 제 모습을 스스로 내비치지 않는다. 거쳐온 장소들의 기억과 누적된 세월의 자취에 의지하여, 머물고 있는 화면의 일부가 되거나, 다른 몸체를 빌려 자신의 존재를 넌지시 알리고 있다. 어떤 이의 그림에서는 물이 요동치고, 어떤 장면에서의 물은 맥없이 흐르고, 어디에는 솟구치며, 또 다른 곳에서는 고요하게 편재하고 있다. 운동하는 상태도, 형성된 외형도, 그것이 자리하고 있는 배경은 분명 다르지만, 각각의 독립된 현상을 알리기 위해 편의상 ‘물’이라는 통상적인 단어로 불리어진다. 실제로 이 물과 저 물이 거쳐간 시간이 달랐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통용이 되었던 성질인 마냥, 다른 시간 속의 존재들은 관념상의 물을 매개로 이곳에서 직간접적으로 교류하고자 한다.
작품 속에 묘사되듯, 해당 전시는 물을 구현한 작품들을 소개하고 있으나, 물을 둘러싼 미술사적 고찰을 목적으로 수렴되진 않았다. 이곳의 물은 각기 다른 시대적 배경과 각 작가의 미시사(微視史) 속에서 구축된 창작론의 단초이자 서로 다른 미학관이 버무려질 수 있는 허상의 지대로, 본 전시는 작가마다의 특수한 물을 한시적인 시간과 장소 안으로 끌어 모은 만남의 장으로 조성이 되었다. 이에 따라 전시의 제목처럼 ‘먼 곳에서부터’ 흘러온 가상의 물은 미술이론상 정립된 의미보다는 작품의 테제가 되었던 작가들의 먼 서사를 들여다볼 흔적으로 등장한다. 특별히, 민주화 운동이 활발했던 1980년대부터 국제화와 디지털 전환 시대를 거친 오늘날까지, 각기 다른 시대 상황 속에 확립된 작가마다의 정체성들이 공존하는 이 곳에서, 관객들은 역사가 지나쳐버린 다층적 순간의 환영들을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과거가 현재로 현전하고 있는 시간의 형상, 곧 기억의 연쇄에 따라 반응하여 형성된 작품들 속의 물은 기원이 되었던 원초적 모습을 그대로 갖추고 있지 않는다. 그것은 시초를 담보하고 있지만 지금의 의식과 맞물려, 과거와 현재의 구분이 모호해진 현실의 형태로 눈 앞에 나타나고 있을 뿐이다. 전시의 제목으로 인용된 김수영의 시, <먼 곳에서부터>에서는 이러한 과거와 현재의 연동을 다시 아파 오는 몸의 반응으로 표현하고 있다. 시를 둘러싼 다양한 해석과는 별개로, 이번 전시는 “먼 곳에서부터 먼 곳으로 다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밀려오는 통증이 작가들마다 어떤 양상들로 작품 속에 나타나고 있는지를 보여주고자 한다. 이는 의식하지 않은 사이에 반복되어 채택된 소재, 혹은 작품 속 제스처(gesture)의 흔적 등, 텍스트로는 정립되지 않은 직감의 영역일 수 있으며, 작품의 내용에서 표면화가 되지 않은 잠재 메시지일지도 모른다. 본래의 모습은 잃어버렸지만 관객들이 지나왔던 시간들에 비추어 맞닿을 수도, 멀어지게 느낄 수 있을 작품들의 서사들은 물 사이로 부유하며 잃어버린 시간들을 잠시나마 우리 곁으로 불러들인다.
-양기찬-
작가 소개
김지원 Kim Ji won
1988년 인하대학교와 1994년 독일 프랑크푸르트 국립조형 미술학교[슈테델 슐레]를 졸업했다. 금호미술관, 대구미술관, 하이트 컬렉션, pkm갤러리, 대안공간풀 등에서 30여회 개인전을 하였고 다수의 기획전에 참여했다. 2014년에는 제15회 이인성 미술상을 수여 받았고, 현재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조형예술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노충현 Roh Choong hyun
1999년 홍익대 회화과를 졸업하고 2006년 동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2005년 관훈갤러리 <살풍경>을 시작으로 10회의 개인전을 가졌으며, <백투더퓨쳐: 한국 현대미술의 동시대성 탐험기, 국립현대미술관> <히스테리아, 일민미술관> 등을 비롯해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이우성 Lee Woo sung
2009년 홍익대학교 회화과를 졸업하고, 2012년 한국예술종합학교 조형예술과 전문사를 졸업하였다. 학고재 갤러리, 두산갤러리, 아트스페이스 풀, 아마도예술공간, OCI미술관, 175갤러리 등 8번의 개인전과, 아르코 미술관, 두산갤러리, 학고재 갤러리 등에서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현재는 학고재 갤러리의 전속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양기찬 Yang Ki chan
2021년 건국대학교 현대미술학과를 졸업하고, 현재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조형예술학과 대학원에 재학중이다. 6회의 단체전에 참여했고, 더 소소의 <나의 회화적 순간>(2023)을 기획하였다.
최명헌 Choi Myeong heon
2021년 영남대학교 미술학부를 졸업하고,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조형예술학과 대학원에 재학 중이다. 2023년 서울의 백해영 갤러리[As my taste], 파이프 갤러리[Tic Tac Toe]에서 단체전을 가졌다. 현재 서울을 거점으로 작업 활동을 하고 있다.
함성주 Ham Sung ju
인하대학교와 동대학원에서 조형예술을 전공했다. 2019년 첫 개인전 <Have we met before>(어쩌다 갤러리2)를 시작으로 <찢어진 그림>(2022, 위상공간), <우리는 사랑할 낯선 사람이 아닙니다>(2021, 보안여관)등의 개인전을 열었고, <히스테리아>(2023, 일민미술관), <레몬꽃닭날개>(2022, 전시공간) 등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