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전시

멈춤의 자리

– 안소현 개인전 –

2022년 4월 12일(화) – 2022년 5월 1일(일)

오전 11시- 오후 6시

전시 서문

안소현의 작업은 본질, 고정관념과 대립, 이중성과 모순에 관한 질문에서 시작된다. 명확하게 구분할 수 없는 이 개념들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 한계를 인정하며 서로 반대된다고 여겨지는 것이 정말 반대되는 것인지 질문하고, 그것을 다시 새롭게 바라보는 시도를 계속해 나가는 것이다. 작가는 그 고정적인 시각의 해체를 위해 조각, 사진, 설치로 의문과 고민을 풀어내고 있다.

이번 <멈춤의 자리>전에서는 대립적이고 이분법적인 구분에 대하여 질문하고 ‘멈춤’에 의미를 두고 있다. 멈춤 또는 정지의 행위는 대립되는 구분들을 모호하게 하고, 이분법적인 것들의 경계를 유연하게 한다. 이것을 시각화하기 위해 작가는 부드러운 백색의 천으로 오브제를 뒤덮은 뒤에 천을 단단하게 굳히는 작업을 택했다. 이런 방식으로 만들어진 작품은 일상의 오브제가 실루엣만 남은 형태로 드러남으로써 부재와 실재를 동시에 표현하고 있다. “작가의 설치 작업은 사물이 사라지기 직전의 단계 즉, 마술사가 덮개를 걷어 올리기 직전의 순간이 정지한 채로 지속되거나 혹은 사물이 사라졌음에도 아직 우리의 눈앞에 그 사라짐을 확인시켜주기 직전의 상태이다. 작가는 사물들을 흰 천으로 덮어 눈에 보이지 않는 상태를 지속시킨다. 천으로 가려진 사물들이 사라진 후에도 천은 사물의 형태를 유지하면서 우리의 눈을 속인다. 우리의 눈앞에 걸려있는 사물을 품었던 천의 주름은 이것이 눈속임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계속적으로 우리의 시각과 이성의 촉각을 곤두세우게 한다.”(하진, <세상 바라보기와 세계 만들기 I>) 존재의 자취를 보존하며 유동적인 사물을 하나의 이미지로 고정하는 것은 ‘있음’과 ‘없음’, 그리고 ‘있었던 흔적’으로 드러나는 모호한 경계에 대한 사유를 가능하게 한다. 더 나아가, 백색의 표면을 입은 사물은 실재하는 대상이 아닌 새로운 오브제로의 의미를 가지며 순수에 대한 집착과 강요로 이어지기도 한다. 작가에게 백색은 마음속 깊은 곳으로 들어서는 통로이자 세상과 연결되는 고리이다. 한편, 새로운 오브제는 다른 차원의 존재를 나타내는 것은 아니다. 이 세상과 분리될 수 없는 작가의 이상이 어떤 식으로든 현실 세계와 연결되고자 하는 무언가이다.

뚜렷한 이미지로 나타나지 않는 작품 역시 우리의 눈으로 확인할 수 없는 것들을 포착하고자 한다. 또한, 레이어를 결합하거나 중첩하여 파편화되는 이미지는 또 다른 응시를 만들어내는 역할을 한다. 사진이라는 매체가 주는 현실성과 일루전은 작가의 고민을 드러내기 위한 적절한 표현 방법이라 할 수 있으며 작가는 시간의 흐름, 공간의 구분, 존재와 실체의 경계를 사유하기 위해 멈추고, 그 멈춤의 자리를 시각적인 언어로 표현한 것이다.

멈춤이 드러나는 이번 전시를 통해 화이트와 블랙, 인체와 물질의 만남, 이미지와 물질적 실체의 관계를 사유하며 낯섦 속에서 익숙함을 느끼고 실재하는 것에 대한 의문을 가져보는 자리가 되기를 기대한다.

작가 소개

안소현은 이화여자대학교 조소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 조소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청주 미술 창작 스튜디오, Cyart document, J.Hoon gallery 등의 개인전에 참여했으며, Art Space Connection, 갤러리 더 플로우, 유중 아트 센터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청주미술 창작스튜디오, 성동 창작 스튜디오, 뉴욕 레지던시에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