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전시

<어둠을 품은 자리 A Haven for Darkness>

양기진 개인전

2025년 12월 5일(금) – 12월 31일(수)

10:30- 18:00 (일요일 휴관)

양기진의 작품은 어둠의 내부를 더듬어가는 행위에서 시작된다. 빛은 없지만, 텅 비고 공허한 상태가 아니라 보이지 않는 생명이 어둠 안에 잠재되어 있음을 탐색하고 형상화한다. 도출하고 싶은 특정한 이미지를 미리 설정하지 않은 채 선을 반복적으로 무계획적으로 그어보고, 물감의 흔적에 의한 예상치 못한 변화를 따라가며, 작가는 작업과정 전체를 통제 너머의 영역으로, 즉흥적인 변형과 물성의 개입이 주도하는 공간으로 열어두는 것이다.

이번 <어둠을 품은 자리> 전시에서는 새롭게 시도한 아연 재료와 더불어 어둠의 의미가 한층 더 확장되고 깊어졌음을 확인할 수 있다. 아연 특유의 차가움과 무게감, 빛을 흡수했다 반사하는 미세한 속성으로, 작품은 반복되는 선이 연출하는 회화적 이미지를 넘어서 어두운 심연의 바다를 보여주는 듯하다. 또한, 작품 속 형상들은 하나의 형상에 고정되지 않고, 끊임없이 증식하며, 경계를 넘나들며 완결의 형태에 이르기보다는 씨앗의 상태로 머물러 서로 다른 층위의 시간성을 품는다.

한편, 전시장 벽에 액자로, 캔버스로, 틀로 가둔 이미지들은 건너편 벽으로 흘러넘치며 또 다른 설치 작품으로 이어진다. 화면 속에서 꿈틀대던 선과 형상들은 전시장 전체에 퍼지고 하나의 생명체처럼 호흡하고 진동하며, 폭발적 확장으로 마치 폭포수가 절벽 위에서 쏟아져 내리는 듯, 압도적인 생장(生長)의 현장을 이룬다. 전시를 통해 거대한 생태계 내부를 따라 걸어 들어가는 체험과 어둠 속에서 자라나는 생명의 원형적 에너지를 마주하길 바란다.

작가 소개

양기진 작가는 서울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부터 자연스럽게 그림과 가까이 있었다.  한국에서 미술을 전공한 뒤 미국으로 건너가 미술교육을 연구하며 작업의 확장 가능성을 심화시켜 왔다. 현재는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회화와 설치를 중심으로 활발한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전시로는 소마미술관의 《The Drawing: 나에게 드로잉이란》, 뉴욕 한국문화원의 《I Belong Here》 등이 있으며, 이 밖에도 한국과 미국에서 다양한 단체전에 참여하며 꾸준히 작업세계를 확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