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전시

<나 너>

신하순 홍은정 2인전

2023.9.7-2023.10.5

-전시 서문-

신하순 작가는 묵흔과 드로잉으로 소담한 일상의 기억을 하루하루 기록하는 작업을, 홍은정 작가는 유화로 내면화된 풍경을 상징적인 자화상으로 표현해 왔다. 오랜 시간 삶의 여정을 함께한 두 작가가 그동안 서로에게 스며든 생각과 느낌을 각각 한지와 캔버스 위에 숨겨진 내면의 이미지로 펼쳐본다. 마치 일기를 쓰듯이.

일반적인 동양화가 아닌 작가 고유의 정갈하고 절제미가 돋보이는 신하순 작가는 지극히 평범한 일상을 느슨하고 성긴 풍경으로 화폭에 펼친다. 작가의 기억 아래 좋았던 순간, 기억에 남는 장소나 소품을 기록물처럼 담담하게 그려내고, 그 안에 동반자에 대한 솔직한 감정도 담는 등 관계에 대한 성찰과 진지함 또한 엿볼 수 있다. 얼핏 보면 무심해 보이는 선들은 누군가와 함께한 추억을 되새기듯 기억을 되살려 놓아 깊은 여운을 느끼게 한다.

홍은정 작가는 함께 한 삶에서 느꼈던 다양한 감정의 편린을 강렬한 색과 단순한 형태의 자화상으로 그려냈다. 자화상의 배경은 인물과 분리되지 않은 자연 풍경이다. 이는 당시에 느낀 작가의 내면을 은유로 표현한 것이다. 아름답거나 낭만적인 장면은 아닐지라도, 단편적인 감사, 뿌듯함, 슬픔, 분노의 감정을 넘어, 복합적인 감정이 성숙한 모습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늘 아침 나 너

잎이 하나가 싹이 나오면, 오래된 잎은 하나가 스스로 진다.

나에 대한 버릴 수 없는 존재 가치는 너로부터의 관계 속에서

싹트고 유지되고 성장해 왔다.

인생에서 수많은 너라는 존재의 의미에 감사하며

스쳐 지나간 운명과도 같은 조각들이 나의 이미지로 살아 돌아온다.

-신하순 <작업 노트>-

젊은 시절 열정과 객기는 사라졌어도 지금의 나는

삶에 대한 감사와 고마움, 살아냈다는 뿌듯함,

좋은 사람이 되고자 하는 책임감, 관계 안에서의 역할, […]

지금의 나는 찰나의 감정들 숨기며 또 살아가야 한다.

한 가지 감정만으로 거기에 골몰할 수 없다. 역할이

많아진 만큼 나의 감정 또한 한가지일 수 없다.

화가 나도, 슬퍼도 감정 안에 매몰되어서는 안 된다.

생각의 흐름도 마찬가지다.

외로워서라기보다 마음 어딘가가 추웠던 것 같다.

참 따뜻한 미소로 엉뚱한 시각으로 나에게 다가와 주었다.

당신이 내 마음에 머무르는 동안 난 참 따뜻했다.

부드럽고 기분 좋은 온기로 그렇게 지내는 내내 참 좋았다.

-홍은정 <작업 노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