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전시
<UNDO>
임광혁 개인전
2025년 5월 9일(금) – 6월 5일(목)
11:00- 18:00 (일요일 휴관)
사물과 장소의 귀환
박영택 (경기대교수, 미술평론)
임광혁의 작업은 급속히 달라지는 시각환경 속에서 미술작품이 이해, 경험되고 소통, 전시되는 방식에 대한 질문으로 시작한다. 첨단 기술 매체에 의해 급변하는 시각문화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들이 미술인일 것이다. 오늘날 현대미술은 이 시대의 시각문화를 비판적으로 사유하는 능력에 기반해서 풀려나오기도 한다. 따라서 동시대 미술 작업은 시각문화연구와 밀접하게 연동되어 있기도 하다. 주지하듯이 당대의 시각문화는 관찰자가 보는 방식을 규정한다. 그러나 그 역으로 관찰자/작가들은 기존의 시각권력을 와해하거나 새로운 시각담론을 만들어내는 이들이기도 하다. 임광혁의 작업 역시 그러한 자리에서 태동된다.
작가는 오늘날 우리의 일상이 이미지를 통한 시각적 경험 방식으로 최적화되어버린 것에 주목한다. 특히 지난 팬데믹 상황에서 이런 환경의 변화가 가속화됨에 따라 더욱 시각적 감각 활동의 의존도가 심화된 양상에 주목했다. 오늘날 우리가 받아들이는 정보의 대부분은 이미지로 구성되어 있다. 이미지가 현실을 대체하는 것이다. 미술작품에 대한 감상과 접촉도 마찬가지다. 시뮬라크르와 하이퍼리얼리티가 현실을, 실재 작품을 대신한다. 미술작품에 대한 접촉과 이해 역시 더 이상 실물이 아니라 가상의 환영 안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동시대는 소셜미디어(SNS)의 이미지를 통해 미술작품의 관람과 소비가 적극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실정이다. 비물질적 이미지 체험이 확장되면서 이 변화된 감각은 “미술작품을 전시하고 관람하는 방식에도 접목”된다고 작가는 생각한다. 오늘날 SNS를 통해 전시회를 체험하는가 하면 미술작품 역시 데이터 이미지로 대체되는 것은 이미 보편적인 상황이 되었다. 이처럼 물리적 거리감이 상쇄되고 시각적 감각 경험이 ‘데이터’로 대체되는 상황은 기존의 미술작품이라는 사물과 그것이 놓이는 장소와 경험 등을 또 다른 차원으로 재맥랙화시키고 있다. 작가는 이러한 상황에서 과연 “경험’이라는 의미로서의 감각”이 무엇인지를 질문한다. 이는 오늘날 이루어지는 감각 경험에 대한 의문과 현존에 대한 질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작가는 시각적 정보로 체험되는, 그에 더욱 의존되는 현재의 미술작품의 경험을 다른 감각으로 전이하고자 하는 의도를 보여준다. 데이터 이미지로부터 제공된 감각 경험과 실재 ‘장소‘와 ‘사물’로부터 마주한 감각 경험 간의 간극을 드러내고 우리가 인식하는 경험이라는 것을 다시 재고해 보려는 것이다. 이는 시각적 감각과 촉각적 감각을 연결하기 위한 매개체적 질문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시각정보를 촉각으로, 또는 물리적인 실체로 재구성해서 보여주려는 시도이다. 그래서 작가는 표면과 무게가 제거된 ‘데이터 이미지’의 연속적인 감각 경험이 지배하는 상황에 맞서 다시 색채와 물질적 경험이 가능한 영역으로의 이동을 꾀하는, 매우 흥미로운 작업을 선보인다.
우선 작가는 지난 미술사의 특정 작품을 참조하는 데서 출발한다. 19세기 중반 이후 현대미술은 이전의 미술에 대한 지속적인 반성과 극복을 통해 추진되는 역사를 보여왔다. 이는 사진과 영상의 등장으로 인해 과거의 이미지들에 손쉽게 접근하고 체계적인 검토가 가능해졌음에 기인한다. 인쇄매체를 통해 지난 시대의 다양한 이미지를 손쉽게 접하면서 선형적인 미술사의 기술(記述)도 가능해졌고 그것들을 참조하면서, 기생해나가면서 이루어지는 다양한 작업들이 가능해진 것이다. 마치 주석을 달 듯이 기존 미술에 대한 검토와 해석을 통해 현대미술의 여러 작업들이 줄을 이었다고 볼 수 있다. 한편 작가는 현시대가 경험하는 시각환경 자체가 ‘경험의 모순’, ‘모순의 경험’이라고 생각하고 ‘장소’와 ‘사물’을 집어삼킨 ‘데이터-이미지’가 이러한 현상을 더욱 지속, 강화시킨다고 보았다. 따라서 그러한 데이터 이미지를 활용해서 이를 다시 사물과 장소로 귀환시키는 시도를 보여준다.
작가는 스마트폰 디바이스를 통해 일상을 재매개하는 데이터-이미지(사물/장소)를 인식하는 과정으로 작업의 창작방식으로 연결시킨다. 이번 ‘Re·Collection’ (기억과 다시 수집하다의 중의적 의미) 연작은 창작자(창안자)와 컬렉터(재창안자)의 관점을 결합한 관점으로 기획된 것이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미술에서 다루어온 ‘물질성’은 창작자(생산자)의 관점에서 출발해온 것이 일반적이었다면 근작은 감상자(소비자)의 관점에서 경험하는 ‘물질성’을 질문해보려 한다. 우선 작가는 평소에 갖고 싶었던(하지만 가질 수 없는) 작업들의 이미지를 수집, 소장을 이용한 작업을 시도한다. 작업에 인용된 ‘원작’작품들은 모두 ‘데이터-이미지’를 통해 접한(알게 된) 작품들이다. 이 연작의 작품 크기는 실제‘ 원작‘ 작품의 자료를 기반으로 하여 가능한 실제 크기에 근접해 만들어졌다. 그리고 모든 작업 ‘자석’을 재료로 결합(설치)하여 전시 기간 동안 변화-재구성이 이루어지게 된다. 작업과정에서 사용하는 ‘PANTON’ 어플리케이션은 데이터-이미지에서 ‘색채값’들을 축출하는 도구로 사용하는데 작업에서는‘ICC 프로파일 +색차계+캘리브레이션’이 결합한 도구로서 인식(명명)하여 사용한다. 물론 이러한 설정에는 모순이 발생한다. ‘Re·Collection’ 연작은 그 모순을 ‘구체화-정교화-지속화’ 하기 위해 기획되었다고 한다.
작가는 스마트폰(웹)에서 검색한 데이터-이미지의 대상을 선정하고 형태를 구성하는 최소한의 ‘색채’ 경계를 설정한다. 최소한의 ‘색채’ 경계설정을 통해 포집한 픽셀을 선택하고 App(PANTON Studio)를 활용하여 ‘팬톤 컬러칩.jpg’ 파일을 축출한다. 이는 ‘팬톤 컬러칩.jpg’ 데이터-이미지를 물질 형식으로 생성하기다. 작가는 우선 ‘팬톤 컬러데이터.jpg’를 사진 인화지 규격으로 출력하여 장소에 직접 설치한다. 설치방식은 ‘인화지+자석+스틸프레임+장소’로 이루어진다. 또 다른 방법은 ‘팬톤 컬러데이터.jpg’를 플랙시글라스에 출력하고 컬러플레이트를 재단하여 프레임에 부착하고 설치한다. 그 결과는 색채추상에 유사한 평면작업이면서도 개념적인 성격이 짙은 조각에 해당한다. 상당히 정교한 과학적 데이터에 기반하여 수행되는데 주어진 사각형의 틀 안에서 다양한 색채값을 보여주는 작은 사각의 조각/픽셀들이 자석이 되어 판에 부착된 상태로 제시된다. 주어진 화면 내부에서 무수한 조각들로 나뉜 색채는 특정 작품에서 추출된 색채들이다. 그것은 기존의 데이터이미지를 숙주 삼아 번식된 것이다. 또한 완결된 작품형태를 지닌 것이 아니라 가변적이고 유동적인 상태로 화면 안에서 재배치되기도 한다. 개방적인 열린 상황을 지닌 작품이다. 예를 들어 작가는 몬드리안의 추상작품을 선택해서 이를 순수한 색채값으로 환원해서 작은 픽셀을 연상시키는 조각들로 분해하고 이를 배치해서 몬드리안의 실제 작품과 같게 만들었다. 본래 몬드리안의 추상은 ‘색채와 형태의 구성이 구조와 리듬에 의거해 질서정연하게 이루어지는 추상의 함열을 보여주는 그림’이다. 그러니까 몬드리안의 추상은 존재하는 모든 이미지를 구현할 수 있는 환원적 요소를 바탕으로 무한한 재현력을 가진 질서 체계를 구축한다. 그러니 그의 추상은 ‘극한의 이미지 생산성을 지닌 플랫폼’이다. 작가는 그러한 몬드리안의 그림을 색채 조각으로 환원하고 이를 이용해 다시 다양한 색채의 집결로 재배치하는 여러 변수를 보여준다. 작가는 회화라는 것이 그 시대의 단상/이미지/세계관을 담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이를 넘어서 그 시대의 사용 가능한 색(원료)의 가공 가용의 방식과 과정을 물질성의 역사들로 기록하고자 한다. 그러니까 미술사의 특정 작품을 선택하고 이에 대한 시각정보를 데이터이미지로 환원한 후 이를 색면 조각, 색채를 지닌 피부조각으로 구현해내어 제시한다. 그리고 다시 이것들을 재배치해서 재구성하기도 한다. 본래의 미술작품을 순수한 색채로 환원된 시각정보로 추출하고 이를 납작한 물질, 최소한의 깊이를 지니고 색채를 지닌 사각형 조각들로 만들어내는 일이다. 가상의 데이터 이미지가 다시 특정한 장소에 구체적인 사물로 귀환하는 것이다.
작가 소개
임광혁(Lym Kwanghyuk)은 국민대학교 입체미술전공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마쳤다. 유머감각, 고희동미술관, IFC SEOUL등에서 개인전을 열었고, 2019년 영은미술관 레지던시에 참여했다.







